아침에 역시나 일찍 일어나 어제 사온 콩나물로 시원한 콩나물국 끓여 밭에서 따온
풋고추 송송 썰어 먹으니 국물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계곡에서 토종닭 삶아 먹으
려니 큰 솥이 없다. 역시나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큼지막한 솥을 들고 오신다.
사장님께서 어제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신게 있다. 오늘 저녁에 동네사람들이 와서
놀거라면서 옆에 작은방 두개를 쓰시면 안되겠냐고 하시길래 우리야 뭐 여기서
잠만 자는데 좋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에 짐을 옆방으로 싹 옮기고 화장실이랑 주방을
대충 청소하고 마루랑 방을 정리했다. 머무른 자리를 깨끗이 정리해주어야지...
토종닭을 손질해서 솥에 담아 차에싣고 계곡에서 부침개 해 먹으려고 또 구례축협
하나로마트에 가서 부침가루, 술, 물, 호박, 부추, 라면을 사가지고 계곡으로 향했다.
오늘은 동서친구 부부도 함께 차에 태우고 올라갔다. 친정에 왔다고 만났단다.
친구도 맨손으로 오지 않고 황도복숭아와 사과를 따가지고 왔다. 친정아버지께서
직접 재배하셨다고 한다. 역시나 어제 그자리가 제일이다. 오늘도 역시 비는 부슬부슬
오늘도 돈을 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비가 와서 그런지 그 사장님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양심이 있지. 평*상*대*여 라고 쓰여있는 곳에 핸드폰번호로 전화를 했다.
"사장님~ 어제 놀다간 사람들인데요. 오늘도 놀려고 왔는데 또 돈내야되나요???"
하고 물으니 껄껄 웃으시면서 "그냥 노세요." 하신다. 야호! 사장님 멋쟁이 !!!
오늘은 식구가 두 집이나 늘었으니 어제 그 천막으로는 되지가 않을 듯 하다.
또 그 사장님께 천막을 어제보다 세 배 큰걸로 빌렸는데 그 사장님이 천막을
빌려 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 그 천막 치기가 쉽지가 않을텐데~" 하시더란 말씀...
그런데 우리가 누구인가. 줄기차게 해마다 계곡을 고집하는 계곡마니아들..
천막을 치고나니 평상이 세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동서와 친구들은 디카로 아이들
사진찍어 주느라 바쁘고 나랑 언니는 호박, 부추, 썰어 부침가루와 양념해서 후래이팬
에 부침개를 열심히 부쳐댔다. 물 많은 계곡에서는 기름냄새나는 부침개가 최고..!!
빨간 고추도 준비해와서 넣었다면 금상첨환데... 바쁘게 오느라 못챙겨왔다. 아쉬웡..
비도 오고 남자들은 신났다. 소주에 부침개 과일 안주로 1차 소주파티.
오지마자 계곡물로 토종닭을 삶기 시작... 시간이 지나자 인삼냄새가 쮝인다.
냄새가 제대로다. 동서 친구가 가지고온 황도복숭아를 씻어 썰어놓으니 다들 달고
맛있다고 손이 바쁘다. 사과도 잘라서 깍아놓기가 바쁘다. 나중에는 껍질도 안까고
그냥 잘라놔도 금샘 없어진다.
드디어 토종닭이 다 익었다. 뜯어 놓으니 손들이 바쁘지 뭐. 다들 먹느라 바쁘다.
먹으면서 다들 음~ 와~ 푹 삶아서 그런지 토종닭이라는데 질기지도 않고 맛나다.
친구 부모님께서 친구부부를 데리러 오셔서 보내고 우리끼리 또 놀았다.
아이들의 입술이 파래진다. 또 라면을 먹을 시간... 생수를 붓고 사온라면 다섯개를
부숴놓고 폭폭 끓이니 역시 라면은 맛있다. 국물도 버리지 않고 싹싹 다 먹어치웠다.
그런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아이들은 그래도 신나서 놀고있는데 언니와 난 혹시
몰라 짐을 대충대충 정리하고 쓰레기도 주워담고 여차저차하면 바로 올라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다. 그리고 계곡의 많은 돌들 중에 한 돌을 정해놓고 저 돌이
잠기면 철수하자 했는데 돌이 잠기는건 둘째치고 빗줄기가 사나워서 안되겠다싶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을 먼저 올려놓고 아버지, 짐은 전달 전달 이제 비가
마구 퍼부어댄다.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비를 맞아도 좋다. 그냥 이대로 더 놀고
싶지만 안되지. 시동생이 개고기를 사가지고 팬션에가서 끓여먹자고 한다. 아까 닭
삶았던 물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내려왔다.
하나로마트에 가서 역시나 모자라는 술을 사고 수박 한통사고 내일 아침에 끓여먹을
찌개거리 사가지고 시장으로 내려갔다. 의외로 시장에 개고기를 파는 곳이 없다.
제일보신원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쭈~우~욱 직진해서 내려가니 있다. 참 찾기힘들다.
4근이 좀 넘는다는걸 6만원주고 사고 올라오다가 비오는데 쪼그리고 앉아계신 할머니
께서 파시는 옥수수를 만원어치사가지고 팬션으로 돌아왔다. 그제, 어제 넓은곳에서
놀다 좀 좁은 방으로 오니 불편하긴 했지만 더운물로 샤워하니 추위는 싹 가시고..
닭 쌂던 물에 개고기담가 삶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려고 껍질을 벗기니 이건 이빨빠진
할머니처럼 옥수수알이 듬성듬성.. 할머니 너무하셨어용.
그래도 먹었지뭐. 남자들이 안주거리를 재촉한다. 해서 옥수수 삶은 물에 어제 사온
어묵을 데쳐 놓으니 좋단다. 비는 더 거세게 퍼부어 댄다. 그래도 좋다. 시원하다.
이건 정말 술이 취하질 않네. 계곡에서 놀다와서 그런지 발바닥의 각질도 싹 없어
졌다. 거칠했던 남편과 나의 발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모른다.
옆에 큰 방에는 사장님이 아시는 분들이 놀러오셔서 노래도 부르고 신나셨다.
사장님 소주한잔 하시자고 청하니 오셔서 시끄럽더라도 양해해 주십사한다.
시끄럽기도 따지면 우리도 만만치 안거든요. 사장님이 삼촌하고 동갑이란다.
친구하자며 서로 술잔을 건네고 친교의 분위기. 아버지께서도 좋으신가보다.
사장님께서 지리산으로 내려오시게 된 계기 또 내려가셔서 고생하신 얘기며
인생철학, 사업철학 같은걸 얘기하시는데 사장님의 눈을 보며 대화하니
참 믿음이 가는 분이다. 나중엔 사장님의 외사촌이라는 사도리 이장님까지 불러
오셔서 소개해주신다. 거의 파장하는 분위기...개고기에 소주한잔하고 남자들은 그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고 아이들은 안에서 언니가 저녁을 챙겨먹인다. 늦게까지 술
마시다 난 피곤해서 잠들었다.
잠자는데 수박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둥번개가 친다. 비는 억수같이
퍼부어댄다. 이러다 우리 떠내려가는건 아니겠지. 집에는 갈 수 있을래나?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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