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4시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왜 그렇게 일찍 눈이 떠지던지요. 사실은 파리땜에
일찍 일어나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잡고 청소기를 돌리니 식구들의 원성이 지리산골을
찌릅니다. 잠좀 자자구요. 아침식사 준비하려고 쌀을 푸는데 쌀이 예사롭지가 않아요.
그 쌀 현미가 섞여있는것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도정을 많이 안한
쌀 같던데요. 한 20명을 밥해먹어도 될 듯한 큰 밥통에 밥을 하고 새벽에 먹다 남은
삼겹살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준비해온 밑반찬 열무김치와 멸치볶음에 다들 아침
밥을 해결하고 사장님께 어디 계곡이 좋은지 남편과 남동생이 여쭈러 나갔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틀째 되는날엔 등산을 하자고 가던날 다들 등산화를 신고 같잔아요.
그런데 남편과 남동생이 돌아와서 지리산 천왕봉을 가려면 여기서 2박 3일이 걸린다고
해서 일찍 계획을 접고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문수사계곡을 가려고 네비게이션에
문수사를 검색해보니 역시나 있더라구요. 남동생이 앞장서고 우린 남동생을 따라가니
도로변에서 복숭아랑 옥수수를 팔더라구요. 여드름 송송난 여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장사를 하는 곳이었는데 복숭아가 울 아들 머리만한 크기로 4개 5천원, 옥수수는 11개
5천원 해서 만원어치 사면서 "언니! 많이 주세용.~" 하니 두개 더 넣어준다. 그리고
막 출발하려는데 막 쪄낸 옥수수를 맛보라고 하나더 주네... 어쩜 어쩜 복받을 아가씨.
문수사 계곡으로 쭈~우~욱 올라가니 팬션들이 많더라구요. 사실 좀 걱정이 되데요.
산을 마구잡이로 깍아서 만들어 비가 많이 오면 혹 사고의 위험이 있지나 않은지...
좀 높이 올라간듯 싶은 곳에 하얀 팬션이 있더라구요. 그 옆에 계곡에서 놀려고 했더니
평상을 3만원에 대여한다고 하잔아요. 남편은 그냥 빌려서 놀자고 하는데 비도 부슬부
슬 오고 한시간을 놀지 두시간을 놀지 모르는데 3만원은 넘 비싸다고 언니가 말리는거
예요. 그랬더니 그 여사장님이 불쾌하셨는지 그럼 맘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내려오면서 여기가 자기들 땅도 아닌데 상펴놓고 3만원씩 받는다고 쑥덕거리면서
차를 돌려 내려오는데 적당한 곳이 보이는거예요. 그런데 그곳에도 역시나 평상이
펼쳐져 있는거예요. 해서 언니와 남동생이 흥정을 하려고 내렸죠. 좀 깍아보려구요.
호기심 많은 우리 언니 그 평상대여 사장님한테 물어봤잔아요. "여기가 사장님 땅이
예요?" 하고요. 남동생 이건 아니다 싶어 중재하려했는데 의외로 그 사장님이 "그건
아닌데요. 저희가 계곡에서 놀다가 사람들이 버리고간 쓰래기도 치워야하고 .... "
그래서 언니가 그랬데요. "그럼 50%에 해 주세요." 하니 그러자고 하셨다는군요.
해서 15,000원에 좋은 자리에 평상에 짐을 풀었죠. 그런데 문제는 비가 부슬부슬
온다는거~~ 그 인심좋은 사장님한테 천막을 빌려 남자들이 비를 안맞게 쳐놓고
구례축협에서 사온 삼겹살 구워먹고 소주 마시고 아이들은 구명조끼에 튜브타고
놀고 입술이 퍼래진 애들 위해 라면도 끓여먹고... 비가 와서 아이들이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안춥더라구요. 친정아버지도 함께 가셨는데 계곡에서 먹는
라면맛 정말 좋다고 하시네요. 술한잔 하시고 과일 깍아먹고,,, 아까 인심좋은
아가씨한테서 사온 옥수수 쪄서 또 먹고 놀고 먹고 놀고 먹고...
오후 5시가 넘어서 팬션으로 향하는데 아이들은 아쉬워 합니다. 그런데 비가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계곡에 없더라구요. 우리만 있는것 같아요. 아마 그 계곡에 사장님이
놀랐을 거예요. 비오는날 계곡에 찾아와서 노는 사람들 보고...
팬션에 돌아와 저녁에는 야외에서 고기 구워먹으려고 또 시장도 보고 먹을 걸 더 사서
준비해 오늘은 지리산골 사장님하고 소주한잔 하자고 남편이 그러길래 사장님께 전화
를 드리니 친구가 다치셨다고 그러셨나?? 그래서 서울에 가는 중이시라고 내일로 미뤄
야 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한테 죄송하다고 하시네요.
아닙니다. 고기를 구워먹으려니 숯이 어디있는지 몰라 또 전화를 드리니 어디있다고
알려주시고 사슴농장 근처에 원두막도 좋으니 한번 가보시라고 권해주십니다.
재희와 동주, 선재는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노래부르느라 신났다.
저녁에 동서네 식구들이 도착했다. 토종닭과 인삼을 사가지고 ..^^ 아이 좋아라.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는데 쌈이 없다. 해서 삼촌과 동서한테 깻잎과 고추를 따오라
했더니 고추는 제대로 따 왔는데 깻잎은 아니고 콩잎을 따왔다. 또 씀바귀까지...
다같이 야외에서 삼겹살 구워먹고 감자, 옥수수 호일에 싸서 구워먹으니 어쩜 그리
맛이 좋은지... 남은 불씨에 풀뜯어 모기불 만드니 그 향이 그윽하다.
소주를 10병을 나눠마셔도 한잔도 마시지 않은것처럼 취하지를 않네...
그런데 그놈의 비가 도착하는 날부터 그치질 않는다.
내일은 햇볓이 쨍하고 떠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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