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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양자경이 있다면, 우리에겐 나문희가 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이 멀티버스로 못다 한 꿈을 실현했다면, 나문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세월을 거슬러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배역에 도전한다. 영화 ‘나야, 문희’에서 AI 나문희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톰 크루즈처럼 전투기를 조종하고, 산타 할머니가 돼서 하늘을 날아다닌다. 국내 배우 최초로 ‘디지털 더블’(실제 사람을 모방해 만든 가상 인간)을 만들어 데뷔시킨 83세 배우 나문희 신한은행 마이너스대출 의 도전이 이목을 끌고 있다.
영화 '나야, 문희'에서 노인들을 위한 산타 할머니가 된 나문희. /MCA
11일 서울 용산 CGV에선 ‘나문희 배우 주연 생성형 AI 단편 영화 공모전’의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9월 주택면적 말부터 한 달간 열린 공모전엔 총 47편이 출품됐고 그중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작 5편을 묶은 17분 28초짜리 영화 ‘나야, 문희’가 2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촬영과 녹음 없이 모든 영상과 대사, 음악을 AI로 제작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AI 영 원리금균등할부 화 '나야, 문희'에서 우주인으로 변신한 나문희.
이날 공개된 영화에선 단편 감독들의 엉뚱한 상상력이 빛을 발했다. ‘쿠키게임’에선 AI 배우에 밀려나 은퇴했던 나문희의 복귀를 그리고, ‘DO YOU REALLY KNOW HER’에선 CIA 요원이 멕시코 갱단과 연루된 보스 문희를 추적한다. ‘나문 카드할부캐피탈할부 희 유니버스’에선 과학 기술로 15년 젊어진 나문희가 전투기를 몰고 탑건에 도전한다. “톰 크루즈도 환갑에 전투기를 타는데, 나라고 못 할 거 없지!”
이번 공모전은 나문희 소속사와 AI 엔터테인먼트 기업 MCA가 기획했다. MCA는 ‘안시성’ 등 장편영화를 제작했던 박재수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배우의 ‘디지털 더블’로 영화·드라마·광고 농협전세금담보대출 등을 제작한다. 1호 배우로 나문희와 10년 계약을 맺고 나문희의 디지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배우는 시간 제약 없이 ‘디지털 더블’로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고, 비싼 몸값 때문에 스타를 캐스팅할 수 없었던 신인 감독이나 중소기업,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면서 “선례가 없다 보니 젊은 배우도 망설이는데 나문희 선생님이 오히려 흥미로워하시면서 바로 승낙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배우 나문희가 1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나야, 문희’ 시사회 겸 시상식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나문희는 영화를 보고선 “너무 싱겁지?”라며 특유의 콧소리로 ‘으흐흥!’ 하며 웃었다. “그래도 나는 날개를 달아서 좋았어요. 이제는 몸이 자유스럽지 않은데,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걸 보니 기뻤죠. 가보지도 못했던 세상에 앉아 있는 걸 보니 그것도 행복했고요.” AI 데뷔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가만히 있으면 뭐해요.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동안엔 바쁘게 움직여야지”라고 했다.
아직까진 AI 기술의 한계가 느껴진다. 나문희의 얼굴을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한 장면도 있지만 움직이거나 미소를 지을 때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했다. 목소리도 장면마다 편차가 컸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재현했지만, 콧소리 섞인 목소리까지 따라잡진 못했다. 박 대표는 “생성형 AI가 주로 서구 문화권 데이터를 학습하다 보니 한국 배우를 일관성 있게 재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불법적인 딥페이크 영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스타 배우의 AI 초상권을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 'M호텔' /CJ ENM
이날 CGV에선 AI로 제작한 6분 31초짜리 단편 영화 ‘M호텔’도 개봉했다. AI 영화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은 처음이다. 불평불만 많은 노숙자가 M호텔의 열쇠를 우연히 줍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CJ ENM의 AI사업추진팀이 영화의 줄거리 개발부터 제작까지 한 달 만에 해 베네치아 국제 AI 영화제 최종 상영작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 AI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AI를 도입하면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들은 AI가 실제 배우의 일자리를 뺏고 배우의 외모·목소리를 무단 도용한다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지난 8월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선 4년 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이 AI로 등장해 논란이 됐다. 1979년작 에이리언 1편에 인조인간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가 유족의 동의를 받고 AI 기술로 되살아난 것. 브래드 피트 등이 소속된 대형 연예 기획사 CAA도 AI 업체들과 협업해 배우의 디지털 더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I로 인한 초상권 침해나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죽은 뒤에 자신의 디지털 더블을 만들면 “사후에도 고소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더블(Digital Double)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실제 사람의 외모, 목소리, 행동을 똑같이 모방해 만든 가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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